본문의 말씀을 언뜻 보면, 너무나 단조롭거나 전혀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바로 앞부분을 보면, 지금 하박국이 얼마나 큰 어려움에 처해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들었으므로 내 창자가 흔들렸고 그 목소리로 말미암아 내 입술이 떨렸도다 무리가 우리를 치러 올라오는 환난 날을 내가 기다리므로 썩이는 것이 내 뼈에 들어왔으며 내 몸은 내 처소에서 떨리는도다”(16절). 사실 하박국은 1장부터 하나님께 질문하며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하나님, 도대체 왜 악인이 형통합니까? 하나님, 도대체 왜 믿는 자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당합니까? 하박국의 마음은 온통 불만투성이입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그는 깨달아가기 시작합니다. 물이 바다 덮음같이 온 삶에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해집니다. 하나님이 발걸음을 옮기실 때마다 경이로움이 넘쳐나고 하나님이 말씀하실 때마다 지각이 흔들리고 산이 무너집니다. 그런데, 동시에, 하박국 선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도 경험합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선포될 때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쪼개지며 하나님의 불꽃같은 눈동자로 모든 악행과 더러움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혼돈의 고통이 함께 존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박국은 고통 속에서 은혜의 하나님을 다시 경험하게 됩니다. “나는 여호와롤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18절). 이 한 말씀만 떼어보면 참으로 단순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하박국이 하나님께 뭘 그리 대단한 것을 받았습니까? 오히려 무화과나무는 무성하지 못하고 포도열매는 없고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습니다. 양들은 모두 죽고 없습니다. 없고 없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하박국은 없음을 한탄하면서도 하나님 한분만으로 만족하겠다는 고백을 합니다. 이 고백을 통하여 아무 것도 없는 하박국이지만 그의 영혼 안에 공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없지만 하나님이 그 공백을 채워주시기 때문에 또, 그것만으로 감사하기 때문에 하박국은 이러한 고백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없음을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삽니다. 무화과나무를 지키기 위해 포도나무를 지키기 위해 양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것이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들 때문에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많은 사소한 ‘없음’ 때문에 정말 중요한 ‘있음’을 또다시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있음’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임재’입니다. 하나님이 지금 여기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우리를 인도해 주시고 지켜주셨으며, 하나님이 이렇게 우리를 손잡아 주시고 보듬어 주셨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있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에는 없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마치 사막과도 같습니다. 생명이 전혀 없는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사막에 비가 한번 내리면, 생명의 싹이 돋아납니다. 꽃이 핍니다.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메마른 영혼에 하나님의 은혜의 단비가 내려지면 우리의 영혼이 달라집니다. 그렇게 딱딱했던 영혼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이 있습니다. 그 새싹이 어떤 새싹입니까? 감사의 새싹, 찬양의 새싹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하나님께서 손 내밀어 주시면 우리는 찬양과 감사를 올려 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폴 트루니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고통 자체는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 그러나 고통이 없이는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란 불가능하다.” 무슨 뜻입니까? 고난은 전혀 이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난이 없이는 은혜에 도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고난을 겪어가면서 그 가시밭길을 겪어가면서 우리가 하나님을 만날 때 그 고난 속에서 고개를 들어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했을 때 그 때, 우리는 새로운 삶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박국은 하나님의 손에 이끌려 그 고통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통하여 찬양하고, 기도하며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사는 이전의 것과 전혀 다른 찬양이요 기도며 감사의 고백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존재적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역경을 만나고 어려운 상황을 만나고 허덕일 때, 그 속에서 은혜의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도 하박국의 고백처럼 불안에서 화평으로 변해지며, 불안의 기도가 믿음의 기도로 이어져야 합니다. 말씀을 통해 우리가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을 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만한 은혜를 고백하며 감사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