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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할 줄 아는 사람

                                                                                                                                                                                                                                                                                                                                     2020년 1월 14일(329호)               

 나는 어렸을 때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다.

키우다 보면 고양이에게도 사람과 같은 발달단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양이에게도 사춘기가 있는 것 같다.

새끼 고양이를 벗어나 그 다음 단계의 고양이가 될 때쯤인데 그때는 얼마나 장난이 심한지 모른다.

 어머니가 하숙을 치실 때 우리집 고양이가 사춘기였나 보다.

하루는 고양이가 어머니가 차려 놓은 밥상에서 생선 한 마리를 물고 마루 밑으로 도망갔다.

현장을 목격한 내가 고양이를 향해 나오라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나올 리가 만무했다.

한 시간 남짓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불렀더니 고양이는 할 수 없다는 듯 기가 죽어서 마루 밑에서 나왔다.

 기가 죽어서 꼼짝도 못하는 고양이를 잡아 품에 안고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한참을 야단친 후 한대 때려 주려고 손을 올렸다.

그런데 고양이가 두 눈을 꼭 감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때리지 못하고 품에 꼭 안아 주고는
"다시는 그러니 마!"하고 훈계한 후 고양이를 땅에 놓아 주었다.

 그날로 우리 집 고양이는 거듭났다. 완전히 변하여 새 고양이가 되었다.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치 강아지처럼 내 뒤를 따라다녔다.

그 고양이가 자라서 새끼를 낳을 때도 내가 보는 앞에서 새끼를 낳았다.

고양이는 야성이 있어서 사람이 보는 앞에서는 새끼를 낳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보면 새끼를 다른 곳으로 감추어 놓는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내가 보는 앞에서 새끼를 낳았다.

용서는 고양이의 성품도 바꾸는 힘이 있다.

- 김동호, 참 좋은 사람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