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 의 / 편 / 지

           은혜의 능력 

  2019년 9월10일(295호)                   

 저는 등산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등산을 하는 도중에 당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특히 내려올 때 다리가 접질려서 삐는 일들이 많이 생기는데 이렇게 다리가 삐는 사고는 특별히 다음 두 조건 중 하나가 충족될 때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첫째는 산을 내려갈 힘은 있는데 요령을 잘 모르거나, 둘째는 산을 올라올 때 힘을 너무 소진해 버려서 내려갈 때 힘없이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즉 요령이 없거나 체력이 부족할 때 사고가 난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도하였던 여학생 가운데 탁구선수가 한 명 있었습니다. 저는 탁구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탁구 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날마다 하는 것은 살인적인 체력 훈련이었습니다.

 여자아이에게 매일 20㎞씩 구보를 시키는데 한 석 달 간 훈련을 받고나니 아이 얼굴이 새까매지면서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었습니다.

아주 단단하게 된 것입니다. 모래 주머니를 달고 산을 뛰어다니는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축구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뛴다면 이해가 되지만 5그램도 안 되는 탁구공을 치는데 그렇게 모래 주머니를 달고 살인적인 훈련을 받아야 하니?"

그 녀석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정도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때 들은 대답을 저는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든 운동의 기본은 체력이에요. 체력이 없으면 정교한 기술이 나올 수 없어요."

다시 말해서 체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어야지만 정교한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체력이 비축되어 있으면 에너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이렇게 하면 더 서브가 강력해질 거야.'

아니면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못 받을 거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상황 안에서 최선을 선택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체력이 모자라면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덜 드는 쪽을 택하게 되어서 자꾸 오류를 범하고

그 다음에는 움직이는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결국은 시합에서 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불과 5그램도 안 되는 작은 공 하나를 가지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강인한 체력이 없으면 정교한 기술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영적으로도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원리였습니다.

 신자가 강한 은혜의 능력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싫증에 그 은혜의 능력이 파괴되고 나면 태만과 부주의함이 야기됩니다.

태만은 육체의 게으름과 야합해서 힘들지 않게 살아가려고 함으로써 분별력을 상실하게 합니다.

부주의함은 지성과 야합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합니다.

그래서 꼼꼼한 신앙생활, 주의 깊은 신앙생활,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집요하게 생각하면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경향들이 사라져 버립니다.

은혜의 체력이 바닥났기 때문에 죄가 들어와도 그것과 맞서는 주도면밀한 싸움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하나님께 대하여 지겨워지고 은혜의 힘을 소진한 사람에게 철저한 신앙생활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 영혼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형식적인 신앙생활, 대충대충하는 신앙생활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온전해지는 성화의 삶은 도전이 될 수 없습니다.

영혼이 싫증에 의해서 잠식된 상태에서는 꼼꼼함과 주의 깊음, 심사숙고, 집요함, 철저함 등이 요구되는 신앙생활은 불가능합니다.       

- 김남준, 무기력한 삶의 뿌리 싫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