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 의 / 편 / 지

           기도와 용서 

  2019년 9월 6일(294호)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 이민 온 어느 유대인 랍비는 이런 말을 했다.

"미국에 오기 전 아돌프 히틀러를 용서해야 했습니다. 새 나라에까지 히틀러를 품고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대로, 기도할 때 먼저 하나님께서 우리의 허물과 연약함을 용서해주시길 위해 기도할 뿐만 아니라,

(그와 동시에) 우리도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

더 좋은 것은, 기도하기 전에 먼저 남을 용서해야 한다. 그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동일하게, 사도 바울도 이렇게 말한다.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엡4:32).

 새물결교회를 담임목회할 때 일이다. 하루는 함께 동역하는 Y목사가 허겁지겁 담임목사실로 쫓아왔다.  

집에서 연락이 오길, 장인 어른이 쓰러져서 위급하시다며 휴가를 요청했다.

그래서 어서 빨리 병원으로 가보라고 보내놓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시간 후쯤 나도 이대목동병원을 찾아갔다.

Y목사와 부인이 중환자실 앞에서 나를 맞았다.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니, 담당 의사 말이 오늘 반나절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며

장례 준비를 하라 해서 지금 가족들이 다들 병원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 했다.

그 순간 성령께서 내 마음에 감동을 주셨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줬다.

 "하나님께서 장인이 오늘 안 죽는다고 하시네. 일주일 시간 여유를 주시고 중간에 한 번 깨어나게 하실 거니까, 그때 꼭 온 가족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라고 하시네." 

 알고 보니 Y목사의 장인은 지독한 무신론자였다. 그래서 가족들이 교회를 나가는 것을 아주 싫어했고, 그로 인해 가족들 입장에서는 평생 모진 핍박을 받은 셈이었다.

특히 Y목사의 부인과 처제들, 즉 그 가정의 딸들이 어려서부터 받은 상처의 골이 너무 크고 깊었다. 자연히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컸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딸들에게 아버지가 죽기 전에 천금 같은 기회를 줄 테니 기필코 아버지를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Y목사의 장인이 중도에 깨어났다. 중환자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든 가족들이 들어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얼싸 안고 서로 화해했다.

또한 기적같이 Y목사의 장인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을 구세주로 영접했다.

상대의 허물을 긍휼히 여기며 용서하는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천하보다 더 귀한 한 생명을 구원하신 것이다.

그리고 Y목사의 장인은 처음 병원에 실려왔던 날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후 운명하셨다.

의사는 반나절을 못 넘긴다고 했지만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하실 새로운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의 시간을 연장하셨던 것이다.

그 일주일은 용서와 화해, 기쁨과 축제의 시간이었다. 비록 죽음 앞에서도 말이다.  

- 김요한, 지렁이의 기도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