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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는 우리의 스승  

  2019년 8월 10일(286호)                     

 개척 초기에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새벽기도 인도부터 시작해서 수요예배, 금요예배, 주일예배를 모두 나 혼자 인도해야 했다.

​그러니 눈만 뜨면 설교 준비 하고, 심방을 갔다. 점심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누가 두 알만 먹으면 영양도 채워지고 배도 부른 알약 같은 걸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설교 준비에, 심방에, 사역에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가면 세 살 막내부터 여덟 살 큰아이까지 놀아달라고 내 팔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그 다음 날 새벽기도 설교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을 뒤로 하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설교를 준비하곤 했다.

​그때는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자녀를 기르면서 얻은 행복과 유익이 참 많다.

​내가 아버지가 되어보니 깨달아지는 게 많았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많이 알아가게 되었다.

​하나님을 왜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셨는지도 알 것 같았다.

 ‘우리 하나님도 자식으로서 나에게 이런 걸 섭섭해 하시겠지? 하나님이 자녀인 내가 이렇게 하는 걸 보면 참 기뻐하시겠다.’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생각들을 종종 하게 됐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우리 집 세 아이들 중에서 첫째가 정이 제일 많다. 사랑 표현도 첫째가 가장 적극적이다. 그 아이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아빠, 저는 아빠가 제 아빠인 것이 너무 감사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최근에도 큰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아빠가 진심으로 존경스러워요,” 기분이 좋으면서도 짐짓 이렇게 물었다.

“너 용돈 필요하니?”

하지만 큰 아이는 용돈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힘들게 애쓴다는 걸 느끼는지 나를 많이 위로해주려고 한다.

​그 마음이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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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아이에게 정말 고마웠던 기억이 또 있다.

​어느 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늦은 밤에 큰아이가 막내 동생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부모라고 끼어들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두고 보았더니, 인생을 논하는 것 같았다.

​가만히 들어보니, 지금 한창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막내 동생에게 큰누나로서 “세상을 그렇게 살면 안 된다”하며 훈계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막내아이의 말을 들어보니까 우리가 잠든 이후에도 밤늦게까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는데, 그날 밤이 너무 유익했다고 했다.

​누나가 자기를 위해 눈물을 흘리면서 권면해주었다고 하면서, 아빠가 할 때는 잔소리로만 들리던 말이 누나가 할 때는 마음에 쏙쏙 와 닿았다고 했다.

​이 녀석이 제 누나에게 감동을 받은 것이다.

큰 아이는 평소에도 내게 애정 표현을 잘하고 용돈을 아껴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는 고마운 아이였지만, 그날만큼 고마웠던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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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또 하나 깨달았다.

​하나님은 우리가 헌금 많이 드리고 봉사 많이 하는 것들도 기뻐하시지만, 그보다 성도들이 서로 사랑하고 권면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참 기뻐하시겠구나 하는 것이다.

이것을 깨닫고 나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내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아내를 용납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행위가 하나님께 행하는 거룩한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성도들에게 정말 좋은 말씀을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애절한 마음을 가지는 것, 성도들을 위하는 마음이 곧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는 것 역시 자녀를 키우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 이찬수, 기도하고 통곡하며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