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이 담긴 누가복음은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을 대상으로 한 기록이기에, 예수님이 오신 성탄의 기록도 ‘만민을 위해서 오신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예수님을 ‘가난한 자들, 낮은 자들, 억눌린 자들의 친구’로 소개하고 있으며, 태어나신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한 사람들을 ‘가난한 목자들의 이야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누가복음에 나타난 성탄의 기록이 우리에게 주는 세 가지의 특별한 의미를 우리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자 합니다.

  먼저,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구원의 역사는 신비하고도 놀라운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게 된 배경에는 ‘전 로마제국의 영토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호적을 하라’는 가이사 아구스도의 어명이 있었습니다. 나사렛 사람 마리아와 요셉은 당시 권력자의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만삭의 몸으로 베들레헴으로 갔으며, 아는 사람 없는 그곳에서 방 하나 얻지 못하고, 초라한 말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볼 수밖에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은 구약의 예언이 이루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미가서는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탄생할 것임을 예언하였으며, 이사야 선지자는 메시아가 이 세상에 오실 때, 마른 땅에서 난 줄기같이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이, 우리의 눈에 좋게 보이지 않으며, 아름답게 보이지 아니하는 그런 모습으로 오실 것임을 예언하였습니다. 세상 주권자와 야박한 인심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찾아들게 된 서글픈 여정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것 위에서, 하나님의 신비한 구원과 그 예언의 성취를 이루고 계셨던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겪는 이 모든 것 또한, 다 하나님의 은혜의 장중에서 되어 지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 늘 찬송하며 감사하며 적극적인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둘째, 천사가 나타나 전해준 소식은 “온 백성에게 미치는 기쁨의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이것은 메시아가 태어나셨고, 그들 속에 이미 와 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아무도 이 좋은 소식/복된 소식을 깨닫지 못했고,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베들레헴은 사람들로 이미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분주한 모습가운데 마리아와 요셉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마리아의 태속에 있는 아기 예수와 이 피곤한 부부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들을 저 멀리 외양간으로 밀어내고 말았습니다. 이 장면은 예수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오늘의 인간사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위대한 가치를 지닌 구세주로 오신 그리스도를 거절한 베들레헴처럼, 우리는, 별것 아닌 고민들로 꽉 채워, 그리스도를 거절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세상적인 것들로 고민하고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들이 있습니까? 다 주님께 맡기고 주님을 의지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을 영접할 수 있는 방을 우리의 마음속에 만들어 참된 기쁨을―복된 소식을 진정으로 누리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셋째, 성탄의 기쁨에 직접 참여하는 영광을 입은 자들은 바로 목자들이었습니다.. “그 때에 목자들이 밤새워 자기의 양떼를 지키느라고 들에 있었는데...”(2:8) 여기에서 ‘밤새워 들에서 양을 지킨 목자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충실’이란 한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착실한 삶의 모습’입니다. 그들은 부유하지 못했으나 착했으며, 권력은 없었으나 작은 일에 충성했으며, 사람 앞에 거룩하게 보이지는 않았으나, 사실은 하나님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진리는 막연한 것도 아니고,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날마다의 구체적인 나의 매일의 생활 속에 있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6장 34절에 이런 감격스러운 말씀이 있습니다. “하루의 수고는 그 날만으로 충분하다!!” 이 말씀은 이미 지난 오늘의 이 하루는 그만 잊어버리고 내일을 기다려 보라고 하는 그런 소극적인 말이 아닙니다. 하루하루를 유감없이 충분히 살라고 하는 적극적인 말씀입니다.

  이제, 다시 오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