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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예스를 위한 내려놓음

 2019년 11월 29일(315호)                

 몇 년 전, 정리의 달인이라 불리는 전문가가 깔끔하지 못한 어느 여성에게 정리정돈 방법을 가르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았다.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은 정리정돈을 매우 잘하는 사람들의 습관이었다.

 정리의 달인은 자기만의 사소한 비법들을 알려주고는, 깔끔하지 못한 그 출연자가 자신이 알려준 비법을 실행에 옮기도록 도와주려 했다. 그다음에 이어진 것은, 출연자가 자기 옷장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장면이었다. 조금 전 텔레비전에서 처음 만난, 이 깔끔하지 못한 새 친구를 대신해 내가 심장마비에 걸릴 지경이었다. 나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옷장만은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데, 방송국에서 이 대목을 연출한 형식을 봐서는 저 깔끔하지 못한 여성이 옷장을 공개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길로 옷장이라 불리는 몹쓸 공간으로 달려가 온 세상이 보는 앞에서 그 문을 활짝 열었다.

 정리의 달인의 표정을 보니, 그녀는 이 극적인 상황에 매우 만족한 듯했다. 이런 극적 장치는 방송국에 큰 유익이다. 나처럼 정신 나간 사람들이 채널을 고정하니까 나는 이런 비정상적인 내용을 보면 홀딱 빠져들곤 하는데, 그 옷장은 정말 비정상의 극치였다. 내 옷장처럼 말이다.

  정리의 달인은 마치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 주인공을 도와주는 동화 속 요정처럼 이리 빙글 저리 빙글 돌면서 엉뚱한 물건들은 끄집어내고 필요한 물건들은 색깔별로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텔레비전 앞에 주저앉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리의 달인은 이렇게 엉망진창인 공간에 감춰진 보물을 분명히 포착하고, 그 공간을 꿈의 옷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다 알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출연자에게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그녀는 완전히 달라진 옷장을 보고 “어머나”를 연발했다. 이 여성은 방송 내내 정리의 달인이 여러 가지 물건을 버리지 못하도록 버텼는데, 결과적으로는 버리기를 잘한 셈이었다. 버리는 순간은 괴롭다. 하지만 그 뒤에 찾아오는 평안은 내버린 물건들이 아까워 징징대던 그녀가 불평을 뚝 그칠 만큼 가치 있는 일이었다.

  정리의 달인은 환골탈태한 출연자의 손을 붙들고 방송이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맹세하도록 요구했다. 그녀는 정리의 달인을 따라 이렇게 말했다. “옷장에 새 물건을 넣기 전에 반드시 무언가를 꺼내 공간을 확보하겠습니다.”

  정리정돈에 관한 실없는 프로그램 하나가 내게는 내려놓음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또 다른 교훈이 되었다. 무언가를 더하기 전에 내려놓기를 거부한다면 과부하에 걸리고 만다. 환골탈태한 그 여성도 멋지게 재정비된 옷장에 뭔가를 계속 채워 넣는다면 깔끔한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잡동사니들을 내려놓기 거부한다면 나에게 다가온 베스트 예스의 기회를 위한 공간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 리사 터커스트, 선택이 쉬운 사람은 없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