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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긴 사랑"

2019 년 11월 22일(313호)

■ 오늘의 말씀

출애굽기 20: 3-17 

 성경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선포로 시작합니다. 천지창조는 하나님의 기쁨과 환희로 가득한 하나님의 첫 경험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 역시 하나님의 첫 경험으로, 처음으로 글을 사용하여 백성들에게 당신의 뜻을 나타내신 본문, 바로 십계명입니다. 하나님은 그동안 줄곧 말씀만 하시다가 비로소 오늘, 처음으로 편지를 쓰셨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백성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쓰셨을 수도 있는 하나님의 첫 편지의 첫 문장은 무엇일까요?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3절) 단순하지만 강렬한 이 말씀은 우리의 사랑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갈급한 마음이기도 하고, 동시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우상을 만들지 마라, 내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글로 이어집니다. 또, 부모를 공경하고 살인과 간음과 도둑질과 거짓 증거를 금하시고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는 계명으로 하나님의 첫 글은 끝납니다.

  대개 십계명을 두 부분으로 나누곤 합니다. 제1계명부터 4계명까지는 하나님 사랑에 관한 계명, 제5계명부터 10계명까지는 가족 그리고 이웃 사랑에 대한 계명으로 구분합니다. 종합하자면, 두 계명에는 모두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처음으로 쓰신 편지의 내용은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첫 글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십계명을 주실 때에 왜 글을 쓰셨을까요? 왜 글에 사랑을 담으셨을까요?

  하나님께서 십계명을 글로 남겨주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글에는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십계명을 글로 남겨주셨고, 그 글 안에 하나님 사랑과 가족 그리고 이웃사랑을 담아주셨습니다. 이 글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사랑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을 심어줍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글은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고, 글은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고, 글은 사람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열 가지 계명을 글로 쓰셔서 그 글에 사랑을 담으셨습니다. 우리가 사랑의 지배를 받고, 우리가 사랑을 생각하고, 우리가 사랑을 행동하라는 뜻이 십계명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요한 사도는 요한복음 1장에 예수님을 ‘말씀’이라고 표현합니다. 말씀은 헬라어로 로고스입니다. 로고스는 말, 진술, 연설이라는 기본적인 뜻이 있지만 번역하기에 따라서 기록된 말씀, 다시 말해, ‘글’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로고스가 되신다는 것을 해석하면,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말이 되기도 하고,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글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정신과 하나님의 생명 되신 예수께서 이 땅에서 하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입니까? 십자가에 달리셔서 우리의 죄를 대속해주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처음으로 십계명이라는 글을 써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 성경이라는 글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십계명에 사랑을 담아주었듯이, 이 성경에도 사랑을 담아주셨습니다. 따라서 성경에는 하나님의 정신이 담겨 있으며, 성경에는 하나님의 생명력이 담겨 있고, 성경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글에 담긴 사랑이 우리의 정체성을 깨닫게 해주며, 이 글에 담긴 사랑이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해주며, 이 글에 담긴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며, 이 글에 담긴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게 해줄 것입니다.

  하나님의 글에 담긴 사랑으로 하나님의 사랑의 정신이 우리의 머리와 가슴에 깃들고, 하나님의 글에 담긴 사랑의 생명력이 우리를 소생케 함으로써, 율법의 마침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스리고 이끄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