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 속에는 돌을 들고 간음한 여인을 둘러싸고 있는 군중들, 간음한 여인을 끌고 와서 예수를 시험하고 있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

​수치와 절망 속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애처롭게 웅크리고 있는 한 여인 등 모두 세 종류의 사람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에서 조용히 몸을 굽히고 계신 예수님의 뒷모습이 잔잔히 그려져 있습니다.

​예수님의 앞모습이나 다른 모습에 익숙한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이 예수님의 뒷모습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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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몸을 굽히신 예수님의 뒷모습에는 인간을 향한 ‘사랑의 극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죄로 인해 온 몸을 떨며 위로와 사랑을 원하는 여인의 옆에서 조용히 몸을 굽혀 잔잔히 그 뒷모습을 보이십니다.

​그리고 여인을 위협하는 군중들을 보내시고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예수님은 이렇게 두 번 다시 죄로 인해 유혹받지도, 괴로워하지도 아니할 ‘용서의 확신’을 심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분이십니다. 우리가 살면서 저지르게 되는 모든 실수들과, 또 내가 겪는 온갖 삶의 무거운 짐들과 마음을 다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조용히 그 등을 내밀어, 내 모든 짐을 대신 져주시고, 그리고 삶의 결단과 용기를 다시 가지도록, 일깨워 주십니다.

​지금, 나에게 있는 가슴 아픈 일들과 말하기 어려운 고민들을 모두 예수님께 맡기시기 바랍니다. 그 때, 예수님은 진정한 용서와 평안을 우리에게 허락하여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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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로, 조용히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고 계시는 예수님의 뒷모습에는, 방황하는 군중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깊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군중들은 ‘죄 없는 자가 먼저 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돌을 땅에 던져버리는 즉, 종교적인 신념과 실제의 생활 사이에서 불확실하게 살며, 신앙과 현실, 영혼과 육체 사이에서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의’와 ‘불의’를 알고 의를 위해 한순간 용감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연약함으로 다시금 죄악 속에 허물어져 버리고 마는, 방황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런 자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조용히 몸을 굽혀 뒷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이것은, 시간을 허락하시는 관용이요, 약점을 이해해 주시는 사랑이요, 스스로 회개하기를 기다려 주시는 너그러운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때때로, 우리가 부정과 불의를 알지만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아야 할 때, ‘나를 위해 몸을 굽히시고 계시는 주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허물과 약함을 대신 지시는 예수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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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로, 조용히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고 계시는 예수님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반성과 회개를 촉구하시는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사랑을 외치는 예수를 곤경에 빠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포착합니다.

‘간음한 여인을 벌하지 말라’ 하면, 모세의 율법을 위반하는 범법자가 되고 반대로, ‘법대로 돌을 던지라’ 하면, 예수 자신이 설교하는 ‘사랑의 원칙’을 스스로 위반하게 됩니다.

​이 때,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가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고 말씀하시며, 다시금 그 뒷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