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의 스가랴는 바벨론의 포로가 되었던 이스라엘 백성이, 페르시아가 바벨론을 정복함과 동시에 해방되어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때의 선지자입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귀환과 함께 자유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재건도 예루살렘 성전의 재건축도 하지 못한 채, 외세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불안한 물질주의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현실에 안주하고, 그저 자기 살기에만 연연한 이스라엘 민족을 향하여 스가랴 선지자는 다음과 같이 외쳤습니다. “내가 네 갇힌 자들을 물 없는 구덩이에서 놓았나니, 갇혀 있으나 소망을 품은 자들아, 너희는 요새로 돌아올지니라”(11-12절). 이 상황은 마치 해방직후의 우리나라 모습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일제 치하에서 해방을 맞이하였지만, 우리는 그 고귀한 가치를 모르고 서로가 자기 살 궁리에만 전전긍긍 했습니다. 이 때, 33명의 서명자중 대다수가 크리스찬이었던 ‘기미 독립선언문’에는 다음의 말이 있었습니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고, 진리가 우리와 더불어 전진하나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음침한 옛집에서 힘차게 뛰쳐나와 대 자연과 함께 즐거운 부활을 이룩하는도다” 이렇듯, 스가랴 선지자는 움츠려있는 이스라엘을 향하여 “구덩이에서 뛰쳐나오라”고 외쳤습니다. 이 땅의 크리스찬 선각자들은 이기적인 조선의 민중을 향하여 “음침한 옛집에서 나오라”고 외쳤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현 시점에서 이 나라를 바라볼 때, 우리가 반드시 뛰쳐나와야만 하는 그 ‘구덩이’, 그 ‘음침한 옛집’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망각’, 그리고 ‘인지부조화의 늪’입니다.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고 잊어버리는 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인지부조화’란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 자신은 부자(富者)가 되고 싶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부를 축적해 놓고, 아닌 척 하며 부자가 된 다른 사람에 대하여 강한 혐오를 드러내는 경우입니다. 이제, 이 같은 상황에서 스가랴는 구덩이에서 ‘뛰쳐나오라’고 외칩니다. 즉, 소망의 근거가 되시는 하나님께로 돌아와 ‘새로운 존재가 되라’는 뜻입니다. ‘겉’이 아닌 ‘속’을 새롭게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을 통해서만이 구덩이에서 해방되어 새롭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구덩이에서 뛰쳐나온 우리가 오늘의 이 현실에서, 애국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먼저, 크리스찬은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불타야 합니다. 애국은 마음을 다해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요, 그 불타는 심정은 눈물로 표현됩니다. 사람의 눈물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기에, 눈물이 떨어지는 곳에는 반드시 새 역사가 창조되었습니다. 크리스찬이 함께 나라를 사랑하는 진정한 눈물을 흘림으로, 새 역사를 창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크리스찬은 조국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불타는 마음은 눈물로 나타나며, 그 눈물은 나라를 위한 기도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크리스찬이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의 봉사는 바로 기도하는 것인데, 그것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는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운명이 하나님의 손에 있다고 믿는다면,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를 마땅히 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역사의 방향을 돌리시고, 국가의 생명을 유지케 하시고, 전쟁을 멈추게도 하십니다. 따라서 사무엘처럼, 민족을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범치 않으려는 각오가 그리스도인에게 항상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찬은 조국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행해야 합니다. 만일, 울고 기도하는 이 두 가지만이 있고, ‘몸소 앞장서는 행함’이 없다면, 우리 그리스도인 역시 ‘망각’과 ‘인지부조화의 늪’에 빠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고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2:17), “그러므로 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하지 아니하면 죄니라”(약4:17)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민족을 위하여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