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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면 보인다

                                                                                                                                                                                                                                                                                                                                     2020년 3월 27일(347호)         

 상대방을 사랑하면서 좋게 보기 시작하면,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사랑은 시선도 바꿉니다.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사랑하면서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을 하다 보면 간혹 끼어드는 차들을 만납니다.

​그것도 대형 트럭이나 버스가 끼어들면 정말 문제입니다. 그럴 때면 기분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하루는 화랑대역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대형 버스가 앞으로 끼어들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기분이 제법 나빴을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웬일인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의아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제가 너그러워진 것입니다.

‘내가 원래 이런 인간이 아닌데, 오늘 따라 왜 이리 너그러워졌지?’

 거기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끼어드는 버스의 옆면과 뒷면에 쓰인 글귀가 제 눈에 들어왔기 떄문입니다.

“서울여자대학교 부속초등학교!”

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스쿨버스였던 것입니다.

​그때 솔직히 저는 옆을 보면서 한 대가 더 있으면 그 버스에게도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날의 경험은 사랑과 시선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저는 내 생각이 상대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워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눈만은 중립적이며 객관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 내 눈도 믿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내가 상대방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는 나쁜 면만 보게 됩니다 .

​사랑하지 않으면 좋지 않은 면을 주된 화젯거리로 삼게 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식으며 상대방의 약점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사랑의 원리를 깨닫고 난 후 저는 결혼과 마남과 가정에 대한 환상을 접었습니다.

​행복한 가정이 이루어지기 위해 반드시 완벽한 인간들이 필요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 것입니다.

​부족한 인간들끼리 모여 살지만 사랑의 시선이 회복되면 얼마든지 사랑의 가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장경철,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