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탄식” (롬 8:18-28)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도성을 내려다보시면서 우시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때는 유월절을 눈앞에 두고 예수님과 제자들이 마지막으로 예루살렘 성으로 올라갔을 때였는데,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들고 ‘호산나’를 외치며 환호를 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때 제자들은 어깨가 으쓱하였을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유대나라의 왕으로 등극하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래서 흥분된 마음으로 예루살렘 성을 돌아보며 외쳐대었을 것입니다.  “이 건물이 굉장하지요?  이 기둥이 굉장하지요?”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이렇게들 흥분하며 들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감람산 기슭에 올라가셔서, 예루살렘 성을 내려다보시면서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하시면서 우신 것입니다!

   바로 이 장면을 여러분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보세요.  흥분하고 들떠있는 군중들과 제자들!  그런데 이들과는 반대로 울고 계신 예수님! ― 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들과는 반대로 울고 계신 것입니까?
   불과 40년 후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아있지를 않고 깨끗하게 망하게 될 바로 그 결정된 ‘심판의 날’을 바라보면서 우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저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고, 저들이 듣지 못하는 음성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우시는 것입니다!

   어제 우리는 우리나라의 직전 대통령이 자살을 하였다는 비보를 충격가운데 전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그 소식을 전해 듣고서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여러분은 오늘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이 모든 분야에 걸친 우리나라의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무엇보다도 이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여러분 자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 여러분에게 증거하고자 하는 말씀의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자들처럼―세상 사람들처럼 살지 말고, 예수님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들으며,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으로 나의 삶을 굳건히, 그리고 바르게 구축하여 나가야 하겠다는 말씀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는 음성을 들으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남들이 ‘없다’고 하는 하나님을 ‘있다’고 믿습니다.  가보지 못한 하늘나라를 ‘가본 것처럼’ 믿습니다.
   믿음으로 천지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창조된 것을 알며, 믿음으로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이 바로 이 역사 속에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전혀 모르는 하나님의 심판을 시간-시간 역력히 눈으로 보며, 그래서 두려워하며 떨면서 살아가는 자가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인 것입니다.

   또한 이와는 정 반대로, 아무리 모순과 부조리가 가득 찬 이 세상이라 하더라도 낙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보이지 않는 중에 하나님의 살아있는 구원의 역사가 있음을 믿으며, 오늘도 주의 사랑이 여기 있고, 앞으로도 그의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크신 섭리가 여기 있음을 믿고 살아갑니다.
   문밖에서 두드리는 주님의 음성도 듣습니다.  고통을 통해서 두드리시고, 사건을 통해서 두드리시고, 계속 우리의 마음 문을 두드리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삽니다.
   그리고 그 음성에 진실하게 응답하며 사는 사람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인 것입니다!!

   오늘 본문말씀에는 ‘성령의 깊은 탄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령께서 바로 우리를 위하여 말할 수 없는 깊은 탄식을 하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성령께서 지금 우리를 위해 탄식하고 계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여러분, 여러분에게는 이 성령의 탄식소리가 들리십니까?―성령의 탄식하시는 소리!!

   고통으로 아파할 줄은 알면서도 양심의 소리는 듣지를 못하고, 이 세상의 온갖 잡다한 소리는 들으면서도 의인의 슬픈 탄식은 듣지를 못한다면,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 탄식을 들을 수 있는 귀를 무엇보다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