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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을 쓸고나서 -교회청소
곽신환 2017-04-15 17:37:33 50

꽃잎을 쓸고 나서- 교회청소


2017년 4월 15일. 부활절 전날인 오늘, 교회 대청소를 하러 갔다. 상당수 교회에서 그리 한다. 고난을 앞두고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한 것과 연결시키기도 하고, 그저 부활의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위해서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오늘의 교회대청소를 예수님의 성전 정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예수님은 노끈으로 만든 채찍을 들었지만 우리는 빗자루나 걸레 또는 진공청소기를 들었다. 예수님은 성전 안에 있는 환전상과 제물을 판매하는 상인을 내쫓았지만 우리는 빗자루로 쓸고 걸레질을 했다. 예수님은 마음과 제도적인 타락을 물리치려 하신 것이지 우리처럼 켜켜이 쌓여있는 먼지나 거미줄 등 물질적인 오염을 제거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강도들의 굴혈이 되어 있는 성전의 현황에 대한 탄식이, 멸망의 가증한 것들이 거룩한 자리에 선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이 예수님의 손에 든 노끈채찍의 의미였는데, 오늘의 우리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채찍은 들지 못했다. 모름지기 몸도 마음도, 환경도 조직도 모두 깨끗하게 할 일이다. 

 

나는 오늘 교회주차장에 널려있는 나뭇가지나 낙화(落花)를 쓸어냈다. 이제는 예전처럼 빗자루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평평한 고무끌개 같은 것을 사용한다. 150여 평의 주차장 바닥이 콘크리트 평면이기에 마치 유리창 닦듯이 또는 눈 쓸듯이 밀어내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낙화를 쓸어내는 것은 낙엽을 쓸어내는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바람에 꽃잎이 날리는 것은 꽃비[화우花雨]라고 표현할 만큼 아름답고, 그래서 결혼식장 등 축하할 만한 장소에서 꽃잎을 뿌리곤 한다. 그러나 땅에 떨어져 흙이 묻거나 또는 비에 젖고 바람에 떨어져 뒹구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만큼 볼썽사납다. 사실 꽃잎은 벌나비를 끌어 들여 꽃가루받이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니 우리를 위하여 아름답게 피어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제 할 일을 다 하였으니 이제 더 이상 누구의 시선을 의식하랴! 그러나 유혹할 만큼 성능을 가졌던 것의 역할과 의욕 상실이 가져오는 그 추함에 마음이 상한다. 봄의 꽃이 핌은 시작을 열고 낙화는 그 첫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니 지혜롭다 할 수 있고, 가을 낙엽은 한 단위의 완결의 의미가 있으니 그 떨어짐은 거룩한 것 같다. 

      

주차장 청소를 마친 다음 김상설 집사와 함께 성가대실 바닥을 청소했다. 나는 막대걸레를 잡았고 김집사는 진공청소기를 사용했다. 구석구석에, 성가곡집을 꽂아둔 서가 사이에도 먼지가 검은 솜처럼 쌓여 있었다. 바닥은 언제 걸레가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각종 얼룩 등 오염의 흔적이 겹쳐 있었다. 의자를 옮기고 집기를 치운 다음 물걸레로 대충 지나가도 한층 밝아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바닥이 오랫동안 걸레와는 친화할 기회가 없었던 것을 말해 주었다. 네 차례나 걸레를 빨아 다시 닦곤 했지만 치레만 하고 만 셈이다. 날씨가 좀 더웠는지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흘렀다. 풍화(風化)에 예외적인 것이 없다 하듯 세월의 때를 어찌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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